대한항공 이코노미석 ‘닭장 배열’ 논란: 3-4-3 배치의이유와 국내외 비교
최근 대한항공이 장거리 노선 항공기의 이코노미 좌석을 기존 3-3-3에서 3-4-3으로 개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른바 ‘닭장 배열’이라 불리는 이 좌석 배치는 승객들에게는 불편함을, 항공사에게는 수익성 확대라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왜 대한항공은 좌석을 더 좁게 만드는가?
1. 좌석 수를 늘려 수익성 확보
대한항공이 이번에 개조를 추진 중인 기종은 보잉 777-300ER로,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주력 항공기입니다. 이 항공기에서 기존 3-3-3 배열을 3-4-3으로 바꾸면 최대 37석까지 추가로 배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공급석 유지 요건 충족
2024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급석 수량 유지를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좌석 수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기존 기체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3. 기재 활용의 효율성
보잉 777 기종은 기체 폭이 넓어 10열 배치(3-4-3)가 가능한 구조입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기존에는 고객 편의를 위해 3-3-3을 유지했었습니다. 하지만 수익성을 앞세우며 이를 변경하는 것입니다.
좌석 변경 전후 비교표
총 좌석 수 | 약 277석 | 최대 314석 |
좌석 간 간격 | 약 34인치 (86.4cm) | 약 32인치 (81.3cm) |
좌석 너비 | 약 18인치 (45.7cm) | 17인치 (43.2cm) |
좌석 구성 방식 | 3-3-3 | 3-4-3 |
승객 1인당 공간 | 넓음 | 좁음 (밀집형 배열) |
기존 3-3-3 배열에서 3-4-3 배열로 바뀌며 좌석 수는 최대 37석 늘었지만, 좌우 너비는 1인치(약 2.5cm), 앞뒤 간격도 약 1인치 줄어들어 장거리 비행에서의 불편함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한 수치 변화 이상의 체감 차이가 생깁니다.
3-4-3 배열은 대한항공만 도입하나?
아닙니다. 해외 항공사들도 이미 유사한 배열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유일한 사례는 아닙니다.
해외 항공사의 사례
에미레이트 | 3-4-3 | 보잉 777-300ER | 장거리 노선 주력 |
터키항공 | 3-4-3 | 보잉 777-300ER | 동일 기종 사용 |
카타르항공 | 3-3-3 | 보잉 777-300ER | 고객 편의성 중심 |
일본항공 (JAL) | 3-3-3 | 보잉 777-300ER | 3-4-3을 고객 불편 이유로 도입 안 함 |
이처럼 글로벌 항공사들도 비용과 수익성 사이에서 3-4-3 배열을 채택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중동계 항공사들은 이미 오랫동안 3-4-3 배열을 유지해왔습니다. 다만 일본항공처럼 프리미엄 서비스를 지향하며 3-3-3을 고수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소비자 반발이 커지는 이유
장거리 비행에서 좌석 간 간격과 너비는 편안함의 핵심 요소입니다. 특히나 10시간 이상의 미주·유럽 노선에서 2.6cm의 간격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큰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확정된 사항은 아니며, 프리미엄 이코노미와 좌석 개편을 포함한 종합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수익 우선’의 이미지는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과거에도 반복된 ‘고객 불편’ 논란
- 2023년: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 발표 → 고객 반발로 철회
- 2024년 12월: 엑스트라 레그룸 유료화 추진 → 여론 비판으로 취소
- 2025년: 일등석 좌석(코스모존) 유료 전환 추진 → 충성 고객 중심 반발
고객 선택권을 넓히겠다며 발표된 조치들이 실제로는 불편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대한항공의 신뢰도는 계속해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결론: 대형항공사의 ‘품격’을 기대하며
좌석 개편은 항공사 수익성과 직결되는 민감한 이슈입니다. 다만 국내 유일한 대형항공사로 남게 된 대한항공이 승객의 편의보다 수익만을 추구한다면, 소비자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인 고객 충성도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제는 ‘닭장 배열’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로서의 품격을 보여줄 때입니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진정성 있는 서비스 개선이 없다면,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도 점차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편은 고객이 가장 먼저 체감합니다.